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이름을 되찾은 산, 부산 엄광산에 담긴 역사 이야기

bhsy0215 2026. 9. 9. 20:33

목차


    반응형

    엄광산
    엄광산

    엄광산, 어떤 곳일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산광역시 서구 동대신동과 부산진구 개금동, 사상구에 걸쳐 있는 산, 엄광산(嚴光山)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높이는 503.9m(자료에 따라 504m로도 표기돼요)로 결코 낮은 산이 아니지만,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의외로 존재감이 크지 않은 산이에요. 정상에 올라도 나무에 가려 경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하는 이웃한 구덕산·승학산에 비하면 다소 조용한 산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엄광산은 조망보다 훨씬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산 이름 자체에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그것을 되찾은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에요. 산행을 하며 이 이야기를 함께 알아가면, 엄광산이 결코 존재감 없는 산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엄광산 기본 정보와 이름을 둘러싼 역사

    • 위치: 부산광역시 서구 동대신동, 부산진구 개금동, 사상구 경계
    • 높이: 503.9m
    • 소속 산줄기: 금정산맥 말단부, 구덕산·구봉산과 이어져 있어요
    • 지질: 주로 안산암질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 조망: 산이 높은 만큼 동구·서구·사하구·북구, 해운대구 일부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요 (다만 정상 부근은 나무에 가려 시야가 제한적이에요)

    엄광산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청구도 채색사본'에도 '嚴光山'으로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엄광'은 순우리말로 '엄버치'라 불렸는데, '으뜸으로 빛이 비추는 곳'이라는 아름다운 뜻을 담고 있어요.

    고원견산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아픈 역사

    이렇게 유서 깊은 이름을 가진 산이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엄광산은 '고원견산(高遠見山)'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리게 됐어요. 이 명칭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세기 초중엽, 일본 에도 막부 시대 말기 외교 사절의 일원으로 조선을 다녀간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가 쓴 『문인제성(文隣提醒)』이라는 책에 닿아요. 그는 이 산을 '원견악(遠見嶽)'이라 기록했는데, 이는 '이 산에 올라가면 멀리 대마도가 보인다'는 뜻이었어요. 실제로 대마도의 한국 전망대 인근에도 '원견악'이라는 이름의 산이 있는데, 그 산에서 보면 부산의 엄광산이 멀리 바라보이기 때문에 서로 마주 보며 이름 지어진 셈이에요.

     

    문제는 일제강점기에 이 이름이 다시 바뀌면서 시작돼요. 일본은 '遠見(멀리 보다)'이라는 본래의 소박한 뜻을, '높고 먼 곳에서 천황폐하를 배알(拜謁, 지체 높은 사람을 만나 뵙는 것)한다'는 의미의 '고원견산(高遠見山)'으로 고쳐버렸어요. 단순한 지명 변경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산 이름에조차 천황을 향한 복종의 의미를 새겨 넣으려 한 '식민풍수'였던 셈이에요. 이후 이 이름은 광복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대로 쓰이다가, 1995년 4월 '부산을 가꾸는 모임'이 벌인 '옛 이름 찾기 운동' 덕분에 비로소 '엄광산'이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게 됐어요.

    구봉산과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산속 이야기

    엄광산은 홀로 있는 산이 아니라, 서부산과 원도심을 잇는 산줄기의 일부예요. 승학산-구덕산-엄광산으로 이어지고, 이후 백양산-상학산-금정산으로 연결되는 큰 흐름 속에 자리하고 있어요. 정상에는 KT 고원견산기지국이 있고, '엄광산로'라는 도로가 꽃마을 쪽에서 정상까지 이어져 있어서 차량으로도 접근이 가능해요. 다만 등산로 입구인 서구1초소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어서, 산불감시기간(11월~5월)에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문이 잠겨있으니 방문 전 참고하세요.

    구봉산과 엄광산을 잇는 능선에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 가족묘역, '전설의 고향'에 방영되기도 했던 장군발자국바위와 그 이름을 딴 장군암(庵) 등 다양한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어요. 절 마당에서는 부산항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만날 수 있어요.

    등산 코스 추천

    엄광산은 여러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고, 인근 산과 연계한 종주 코스로도 즐길 수 있어요.

     

    구봉산~엄광산 코스 (약 8km, 3시간 30분)
    부산 중구 대청동 중앙공원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충혼탑, 꽃동산체육공원, 구봉산 정상(봉수대)을 지나 엄광산 정상(삼각점)까지 이어지는 코스예요. 460.2봉 헬기장을 지나 낙동정맥 길과 합류하는 지점에서는 돌탑 4기를 만날 수 있고, 이후 엄광산 유아 숲 체험장과 엄광산중계소를 지나 학장동 방면으로 하산할 수 있어요.

     

    꽃마을~정상 도로 코스 (차량 접근 가능)
    구덕꽃마을 쪽에서 엄광산로를 따라 정상까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코스예요. 평일에는 일반인도 초소에서 명부만 작성하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가볍게 정상까지 다녀오고 싶은 분들께 편리해요.

     

    동서대학교·동의대학교 방면 코스
    사상구 동서대학교나 부산진구 동의대학교 쪽에서도 엄광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어요. 학교 근처에서 접근하기 편리한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코스예요.

    여행 꿀팁 정리

    📍 조망을 원한다면
    엄광산 정상은 나무에 가려 조망이 제한적이니, 탁 트인 경치를 원한다면 인근 구봉산이나 수정산까지 함께 코스에 넣는 걸 추천해요. 반대로 조용하게 숲길을 걷고 싶다면 엄광산만의 차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 산불감시기간 확인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는 서구1초소 등산로 입구가 시간제로 통제돼요. 평일 8시~18시만 개방되고 주말·공휴일은 닫히니, 방문 전 미리 확인하세요.

     

    🎒 준비물 체크리스트

    • 편한 등산화
    • 생수와 간단한 간식
    • 산불감시기간 방문 시 개방 시간 사전 확인
    • 카메라 또는 스마트폰 (구봉산 연계 코스의 남·북항 전망을 담아가세요!)

    마치며

    엄광산은 화려한 조망을 자랑하는 산은 아니지만, '엄광'이라는 아름다운 본래 이름을 일제강점기에 빼앗겼다가 1995년 시민들의 힘으로 되찾은, 우리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뜻깊은 산이에요. 구봉산과 이어지는 능선을 걸으며 이 이야기를 함께 떠올려보면, 단순한 등산을 넘어 부산의 숨은 역사를 만나는 특별한 산행이 될 거예요!

    반응형